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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 수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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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0회 작성일 20-06-02 14:42

본문

거북이

 

수피아

 

 

스크린이 내려오고

불쑥 팔 하나가 공중에 튀어오른다

연이어 발이 굴러온다

뎅강 잘린 목을 보고 나서야

팔과 발과 목을 끌어당기는 몸통이 보인다

내재된 공간으로 잠들어 있는

안개는 도시와 건물과 나무와 거리와 사람을

잘랐다가 붙였다가 한다

한 토막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상영하는

이 도시는, 신이 던져놓은 자투리 시간이다

등원한 아이의 양말을 정리하며,

나는 간혹 양말을 빠져나간

발의 행방이 궁금하다

아이의 가방을

손으로 휘, 저어보고

새참 잠이 든 아이,

발이 보이면 이불을 끌어다 덮어준다

그럴 리 없겠지만, 핸드백 안에서는

내 팔자로 태어난, 사내

몸 주인은 어디 가고

막걸리에 취한 발이 자고 있다

모든 세계가 안개 속에서 뼈를 견디고 있다

 

 

  ⸻계간 시 전문 애지2020년 봄호


soopia-150.jpg

1968년 전남 고흥 출생

2007년 계간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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