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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인형 / 신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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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1회 작성일 20-06-09 15:48

본문

종이 인형

 

   신동옥

 

 

까끌까끌한 새 슈트에서 풍기는 시너 내음

머리카락은 조금 더 부풀려

바짓단은 조이고 전투화에 별 가루 한 줌

나의 영웅들은 기댈 벽이 필요하다

 

벽에 뚫린 못 자국을 오래 들여다보듯

종이는 앞면 뒷면 뒷면 앞면

천연색으로 표정을 짓고

써걱써걱 무쇠가위가 전진한다

 

오늘의 룰은 동틀녘의 시가전

나의 영웅들은 붉게 달아오른 뺨을 내민다

위장크림도 수류탄도 대검도

두려움도 증오도 모두 모두 종잇장

 

각을 잡아 접은 면을 따라 길은 내면서

무쇠가위는 다음 스테이지를 향해 전진한다

 

팔락이며 닳아가는 몸뚱이 하나쯤이야

가뿐히 안아 올릴 가윗날을 믿어

미처 그려 넣지 않는 눈동자 가득

어둠이 들어 있어, 가라앉았다 떠오르며

스스로 잠들기 위해 자장가를 부르는 나날

 

써걱써걱 무쇠가위가 전진한다

바람에 떠밀려 팔락이는 순간에도

젖어 곤죽이 되어

이름마저 녹아 사라진다 해도

종이는 앞면 뒷면 뒷면 앞면

 

나의 영웅들은 기댈 벽이 필요해

절취선을 따라 일렬로 늘어서서

어두워가는 종이 벽에

얼굴을 그려 넣는다

 

  

 ⸻계간 리토피아2020년 봄호



 

1977년 전남 고흥 출생
2001년《시와반시 》등단
시집『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고래가 되는 꿈』
산문집 『서정적 게으름』시론집 기억해 봐, 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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