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의 기린과 눈물이 마른 소녀들 / 조동범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터널 속의 기린과 눈물이 마른 소녀들 / 조동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4회 작성일 20-06-16 14:53

본문

터널 속의 기린과 눈물이 마른 소녀들

 

   조동범

 

 

어둡고 무서운 오늘밤을 생각한다

터널은 끝이고, 끝으로부터 세상의 모든 불운은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미칠 것 같은 오늘밤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의 다리는 모두 끊어진 채 폭풍우를 기다리고 있다

 

터널 속의 기린을 본 적이 있는가

머리가 천정까지 닿을 듯 느리게 걷는 기린의 오늘밤은 그러나

 

터널 밖의 세상을 모른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기린은 천천히 어둠이 되어가며 큰 눈을 껌벅여 어둠을 거두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터널 속의 기린은 터널 속의 기린일 뿐이고

물러설 수 없는 벼랑은 터널의 출구에 비명처럼 버티고 서 있다

 

눈물이 마른 소녀들이 터널의 출구에서 벼랑과 기린과 오늘밤의 어둠을 통곡하지만,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오늘밤은

깊고 푸른 악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한다.

 

마른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지나가면

세상은 경악을 거듭하며 불온한 소문을 웅성일 뿐이다

터널 속의 기린은 여전히 터널 속에 있고, 소녀들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 못하며,

 

세상의 끝으로부터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는 기린과

소녀들의 무서운 오늘밤은

추도할 수 없는 어젯밤이 되어

내일 밤의 마른번개를 향해 아득히 멀어져 갈 뿐이다.

 

어둡고 무서운 오늘밤을 생각한다

그것은 미칠 것 같은 오늘밤이고,

기린과 소녀는 세상의 끝을 향해 걸어 들어가며

모든 불행의 기원을 영원토록 복기하려 한다

 

 

 ⸻계간 시 전문지 애지2020년 여름호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0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8 1 05-14
30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8 1 05-14
30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9 1 05-14
30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1 05-06
30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5 1 05-06
30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1 05-06
30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1 05-06
30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7 1 05-06
30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8 1 05-01
30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5 1 05-01
30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2 1 05-01
30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1 04-28
30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7 1 04-28
30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5 1 04-28
30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5 1 04-28
30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1 04-24
30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1 04-24
30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1 04-24
30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4 1 04-23
30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3 1 04-23
29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1 04-23
29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1 04-23
29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1 04-20
29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6 1 04-20
29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1 04-20
29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0 1 04-18
29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1 04-18
29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8 1 04-18
29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2 1 04-16
29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3 1 04-16
29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1 04-16
29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4 1 04-16
29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6 1 04-16
29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1 1 04-11
29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1 1 04-11
29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1 04-11
29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3 1 04-10
29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1 04-10
29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5 1 04-10
29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6 1 03-29
29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8 1 03-29
29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4 1 03-29
29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9 1 03-29
29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0 1 03-22
29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0 1 03-22
29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8 1 03-22
29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4 0 03-22
29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9 1 03-19
29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8 1 03-19
29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8 1 03-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