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열차분야지도 / 차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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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5회 작성일 20-06-29 12:07본문
천상열차분야지도
차주일
밥뚜껑에 끝내 붙어 있는 밥풀이 있다.
아랫면을 윗면으로 뒤집어놓으니 저세상 같다.
천지개벽에도 별자리에 붙어 있는 밥풀들
문명보다 먼저 해독해야 하는 암호 같다.
신앙이 된 밥풀은 떨어지지 않는다.
계절을 옮겨 다니는 별자리의 점력
수렵을 위해 웅크리고 기던 숨죽임 같다.
눈동자에서 심상으로 옮겨가는 잔상과 같다.
수명보다 길게 살아남으려고 흔적에 매달린 눈물 같다.
낮쯤 드러나고 밤쯤 박혀 있는 최초의 움막 같다.
한 여자가 돌판 위에 열매를 옮겨 놓는다.
재단과 그릇이 동의어로 해석되고
열매가 씨앗이 된 비밀이 해석된다.
얼굴을 표정으로 바꿔 그리는 풍습이 생겨난다.
한 여자가 제 얼굴 위에 타인의 표정을 옮겨 그린다.
별이 깜빡이는 이유를 묻지 않기로 한다.
전생에 후생을 옮겨 놓을 때까지
별은 지상을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덤이 낮아지며 별자리로 끌려가고 있다.
신앙의 장력은 밥을 살아내던 이생의 후생이므로
이생의 점력이 후생의 장력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모성을 살아낸 사람은 부득이 신으로 환생한다.
⸻월간 《현대시》 2020년 6월호
1961년 전북 무주 출생
2003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2014년 시산맥작품상, 2011년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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