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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바트 마테르 /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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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3회 작성일 20-07-25 13:20

본문

스타바트 마테르

 

   진은영

 


십자가 아래 나의 암소가 울고 있다

오 사랑하는 어머니 울지 마세요

나는 꿈에 못 박혀

아직 살아 있답니다

 

밤을 향해 돌아서는 내 입술을

당신의 젖은 손가락으로 읽어 보세요

세계는 거대한 푸른 종소리처럼

내 머리 위에서 울리고 있어요

 

나는 밤의 부속품처럼

어둠 속으로 깊숙이 떨어져 나왔어요

별처럼 순한 당신 눈빛과

네 개의 길고 따뜻한 뱃속을 지나가는 계절들 사이에서도

소화되지 않은 채 나는 남아 있어요

 

당신은 오래된 술 같아요

내가 마시는 술에 슬픈 찌꺼기가 떠도는 건

내 탓이 아니에요, 어머니

무엇을 마시든 나는 두껍게 취기를 껴입지만 늘 추워요

나를 향해 당신이 동굴처럼 뚫려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 팔을 뻗어 서로를 안아요

오 사랑해

서로를 자꾸 끌어당겨요

물에 빠진 사람들처럼

 

두려움보다

슬픔보다

흰 재가 더 높이 쌓이고 있어요

 

어머니, 결국 나는 내 영혼을 잃어버리게 될까요?

뚜껑 열린 석관이

세월 속에서 제 주인을 유실하듯

당신이 당신 아이를 잃어버렸듯

바람이 날아가는 투명비닐 봉지를 분실하듯

 

당신은 찾을 수 없어요

정말이지 우린 다르게 생겼어요

당신을 닮았던 얼굴 위에 낯선 고통의 진흙을 덧칠하며

내 얼굴은 점점 두껍게 말라갈 테니

 

목이 말라요 어머니

마른 풀밭 위에 빈병처럼

나는 또 흘러들어요

당신이 몇 방울 남지 않은 곳으로

 

 

  ⸻월간 시인동네20207월호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 졸업
2000년 《문학과사회》봄호로 등단
시집으로『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훔쳐가는 노래』
그 밖에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니체, 영원회귀로와 차이의 철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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