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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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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9회 작성일 20-08-0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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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최정신
               
 

그날은 모두 어디로 보냈나요
더 잃을 것이 없는 시간을 복기하는 당신
피터팬 마을에서 떠나고 싶지 않던 나
우기의 골목을 벗어나지 못한다
복숭앗빛 산형화서, 서간문을 수틀에 끼워
수줍음이 붉어지던 날은 어디로 갔을까요
콩 팔러 떠난 할머니를 복사하는 당신
혼잣말을 주고받으며 말놀이를 되새김질한다
잠시 전 먹던 물밥을 꾸역꾸역 흘리다 말고
조율되지 않는 걸음마로 옛집을 찾아 꿈에 든다
할머니가 슬어 놓은 데칼코마니,
어제를 필사한 혈통을 그린 악보는 왜,
치명의 도돌이표만 연주할까
기억이 흐려진다는 것은 비움이 채워진다는 것이 아닐까
골똘히 묻고 싶어 가슴을 말고 누대의 품으로 깃든다

당신의 빈집에 물음표로 떠 있던 나는
잎사귀를 갉아먹는 한 마리 애벌레
한 세기는 구름 하나 지나가는 것이라잖니
그 찰나에 담긴 구름을 어찌 다 기억하겠느냐
추억 쪽으로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
우울이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단다
서쪽 피랑 물소리, 비명도 없이 찰방댄다

ch.jpg


경기도 파주 출생

2004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구상나무에게 듣다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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