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도 해야 할 일들 / 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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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4회 작성일 20-08-19 13:20본문
올봄에도 해야 할 일들
김유석
병아리 한 줄 마당에 풀어
노모의 안짱걸음 쫓게 하는 일,
박씨 한 톨 훔치려 빈집 처마 올려다보는 일
게으름 피우기 좋은 옛일 말고
고샅길 녹슨 바퀴 자국 걷어 들바람에 팔아먹는 일
소작 마지기나 붙이러 강 언덕 복사꽃 그늘 애태우는,
하루 품삯조차 팔지 못하는 그런 일 말고도
제풀에 겨워 제껴대는 장끼 울음에
떠가는 구름 소실(小室) 하나 들이는 일
송사리 떼에 간지러운 발목 뜯기며
실뱀 같은 도랑물 오르내리는 일,
그러고도 마딘 나절가웃
집배원 오토바이 꽁무니에 뿌연 흙먼지 매달고
달리지 못하는 끝까지 신작로 가르는 일
맨 적 없는 흑염소 고삐 쥐고 돌아오는 일,
그중 가장 겨운 건
저문 논두렁에 멍하니 서서
여릿여릿 패는 보리 목 지켜가며 몸살 앓는 일
⸺계간 《열린시학》 2020년 여름호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전북대 문리대 졸업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상처에 대하여』『놀이의 방식』 『붉음이 제 몸을 휜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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