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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 유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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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4회 작성일 20-09-28 14:03

본문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유미애

 

 

붉은 심장을 처마에 걸어둔 꽃나무처럼

붓을 든 그대 옆얼굴은 언제나 추상적이다

 

늙은 시절의 꽃은 안개 속 같다는데

먼 저 꽃, 누구에게 선명했던 것일까

 

상류의 사람은 노를 젓지 않는다

한 세상, 꽃 피는 일에만 집중했다는 듯

강 건너 짐승들에겐 그림자가 없다

 

물 위에서의 술맛이란 맑지도 탁한 것만도 아니어서

달빛 골짜기의 오두막, 그대의 시 읽는 소리

거문고를 메고 오르던 비탈에는 눈이 희끗한데

먹물을 뿌리며 새가 날아간다

 

물과 하늘이

비워지고 스며들어

생과 사의 구분마저 헛되다는 뜻일까

 

어느 신의 빚진 하루를 대신 산 듯

꽃그늘에 기대어, 또 한 철 고요했으니

엎지를 수 없는 한 잔의 눈물 밖에 남은 게 없으니

 

 *단원 김홍도의 그림.

 

 

             ⸻계간시전문지 애지2020년 가을호



 
 

 

1961년 경북 출생
2004년 《시인세계》등단
2009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손톱』 분홍 당나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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