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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의 미로 / 박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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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6회 작성일 20-11-24 09:27

본문

베아트리체의 미로

 

 박우담


 

고양이가 별빛을 핥는 지붕에 꽃이 피었다

외로운 영혼의 집

 

어릴 적 흔들리던 내 이빨도 먼 길 떠난 아버지가 남긴 옷도

지붕으로 갔다

 

몸통과 방울을 와송에 벗어놓고 고양이는 먹이를 찾아간 걸까

아니면

먼 길 떠난 이들의 혼을 좇아간 걸까

 

아무도 탈색시키지 못하는 꿈

 

미로는 길을 만나서 또 다른 길을 만든다

허약하고, 침울하고, 혐오스러운

내가 보지 못한 길을 고양이는 알아채고 걸어간다

중력을 거부하려는 꿈

꿈을 울부짖는 너는 방울을 단 반골

 

나는 꿈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림자처럼 불안은 길어졌다

 

길 떠난 지 오래된

슬픈 영혼을 너는 볼 수 있을까

 

길은 길을 만나서 또 다른 길을 만든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 숨을 끌어올린 지붕은

노인의 허리처럼 자꾸 낮아진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를 끌고 어디로 가고 있다


             ⸺시집 계절의 문양202011

 

 pwd.jpg

  

경남 진주 출생

2004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구름 트렁크』 『시간의 노숙자』 『설탕의 아이들계절의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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