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포구 / 유현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72회 작성일 21-01-11 13:07본문
겨울 포구
유현숙
겨울 소래 포구는
혼자먹는 내 고달픈 저녁처럼 쓸쓸했다
물때 따라 떠 내려온
채 녹지 못한 얼음 덩어리들이 노숙하던
몇 구의 주검 같다
멀리서 부터 온 지친 그들은
달리다 만 협궤 열차의 기억을 대신해서
천천히 흐르고
이제 먼 바다 위로 날기를 포기한 재갈매기는
포구변을 떠 다니며 제 몸만 살찌우고 있다
비린내 배인 눈 덮인 갯가에는
분실 신고 된 폐선 하나가 널브러져 있고
나는 치유되지 않는 깊은 우울과
바닥까지 추락한 절망의 부스러기와
그리고 아직도 다문다문 떠오르는 군색한
욕망의 찌꺼기를
소래 장터의 곰삭은 젓갈통에 깡그리
쏟아 붓는다
소금에 푹 절여진 세월 하나를 미끼로
누군가 갯바람 속에서
물에 빠진 멀건 겨울 해를 건져 올리려고
자꾸 헛손질 하고 있다
―《제3의 문학》 2002년 여름호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와 2003년 《문학 선》등단
2009년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
추천0
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시간에 읽기에는
좀 쓸쓸하고 우울한 시이지만
믿음직한 이웃과 아침 인사를 나누는 듯이
내 표정에 미소를 떠올리고 싶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이런 시를 쓰신 분이 계시고
그걸 여기에 가져다 놓으신 분의
정성어린 손길이 있었음에
고마움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