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의 방정식 / 정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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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1회 작성일 21-01-15 11:02본문
눈치의 방정식
정재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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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는 왼쪽과 오른쪽이 없습니다, 없으니 더운 김으로 흐릿한 허브탕에 몸 담근 여자와 상관 여부는 상념의 몫이지요 겨우겨우 이름을 발굴했으나 차마 덮어둡니다 아뿔싸 한발 늦게 도착하는 민낯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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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해야 할 유물인가요 사무치는 방식이 연역적이라면 가벼워야겠지요 깨진 곳을 이어붙인 수줍은 유물은 아는 사이입니다 벽에 걸린 그림은 누구의 그리움인가요
ㅡ 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0년 12월호
2005년 계간《시안》등단
시집으로 『그대를 듣는다』『노크 소리를 듣는 몇 초간』
산문집『침묵을 엿듣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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