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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 뒤에 다시 올게요 / 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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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2회 작성일 21-01-2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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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 뒤에 다시 올게요

 

   길상호

 

  천일장 105호는 누구나 들여다보는 방, 옷 벗은 빗줄기가 몰래 들어와 눕기도 하는 방, 그런 날이면 비를 끌어안고 물방울 같은 아이들을 만들다 쓰러지는 방, 창턱에 뛰어오른 고양이는 울음만 뉘어놓은 채 떠나고, 울음이라도 편히 쉬다 가라고 이불을 깔아주면 배고픈 꿈이 또 두려워지는 방, 탁자 위에 꽂아둔 생강나무 꽃의 중얼거림이 노랗게 번지는 방, 이국의 언어가 뒤섞여 출렁이다 묵음으로 가라앉으면 노동의 신음이 한 소리로 살아나는 방, 갈라진 발뒤꿈치로 이승까지 건너온 사내는 어디로 다시 떠나야 할까, 생각하다가 생각하다가 젖은 벽과 함께 우는 방, 사내의 눈물 곁에 잠시 앉아 있던 바람이 천 일 뒤에 다시 올게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방, 그렇게 또 불구의 봄이 태어나는 방, 문을 열고 나오면 누구나 타인이 되고 마는 방.   

― ​《시인동네201911월호

   

   


kilsh.jpg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오동나무안에 잠들다』『모르는척』『눈의 심장을 받았네』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의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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