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에 대하여 /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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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4회 작성일 21-01-25 12:43본문
신용에 대하여
이승하
당신은 신용이 있나요?
대출을 원활히 받을 수 있나요?
물신의 시대, 소비사회의 신은
신용이다
신용을 받을 수 없다면
거래는 정지된다
신용카드는 무용지물이 되고
집도 절도 없이 거리에서
맥주도 못 마시고 커피도 못 마시고
대출金 카드대金 세상은 막대한 금
상환額 부채총額 세상은 엄청난 액
신용정보기관이여 나는 죽은 사람인가
신용판매회사여 나는 산 사람인가
나는 채무자
법원은 나의 전 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라고 한다
깨뜨릴 파, 낳을 산
나는 파산자
파산 수속 완료 후 ‘면책’에 의해서만 채무에서 해방된다
나는 소비하였다
현금서비스 신용보증
눈만 뜨면 보이는 광고마다 사 쓰라고 해서
내수를 진작하라고 해서
소비가 미덕이라고 해서
열심히 소비하라고 해서 소비했는데
신용을 잃었다
나는 이제 사람이 아니다
―《시인동네》 2019년 10월호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사랑의 탐구』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불의 설법』『감시와 처벌의 나날』『나무 앞에서의 기도』 등
시선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등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인물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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