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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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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21-01-28 10:18

본문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이규리

 

깜박 눈감을 때 연두와 눈뜰 때 연두가 같지 않고

조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가 있었음과 당신의 없었음은

또 어떻게 말할까

늦은 오후에 후둑 비 떨어진다

비와 비

그 사이가 바로 연두

말하려다 만다

연두를 설명할 수 없었던 일처럼

사랑도 그러했는데

다 듣고는 믿지 않을 거면서

당신들은 말하라 말하라 다그친다

설명하라 한다

할수록 점점 다른 뜻이 되어가는

절망 배신 희생 죽음 따위와 뭐가 달라

그들 생애엔 순간을 포함하지 않았으리

비루하지도 않았으리

연두가 어떻게 제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겠는지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마음이 있어도 마음이 영 옮기지 못하는

그 결별들을 다 어떻게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

 


 

 

경북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앤디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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