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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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5회 작성일 21-02-04 16:26본문
날개
김종미
오늘 아침 날개를 벗어놓고 비둘기 한 마리 잠적했다 도로변 소요가 심한 곳에
벗어놓은 게 아니라 버리고 간 걸까 비둘기 마음으로 옮겨 탄다 옮겨 타도 모를 일
원래 날개 없는 몸이라 목숨을 끊으려는 기척에도 포르르 날아가 본 적 없으니
훔쳐 가고 싶어 손이 베인다 버렸구나 버린 것에는 피 같은 얼룩이 묻어있지
날개를 버린 것은 비둘기가 아니라 네 발 달린 짐승의 짓이라는 생각에 무릎 펴고
두 발로 걸어 두 발이 멀어진다
횟대에서 내려오듯 퇴화한 날개처럼 두 팔 휘저으며 오븐에 구운 닭 일명 오꾸닭
문 열고 들어간다 해도 지지 않았는데
날개까지 오지게 먹어 치울 때 이것이 날아가는 기분일까
얇은 귀 조몰락거려 날개를 빗는다 밖에 빗소리 파닥거린다
―계간 《시산맥》 2020년 겨울호
1957년 부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으로 『새로운 취미』 『가만히 먹던 밥을 버리네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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