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꿈표 그리기
차주일
당신의 잘려 나간 두 팔이 나를 제자리에 세우네요.
조바꿈표처럼 두 다리로 서게 되는 제자리는
사람에게 과거를 재해석하게 하나 봐요.
자신이 삶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하네요.
지금껏 수많은 나를 재해석해왔지만
당신의 사라진 두 팔 이후는 찢어진 악보처럼 난감해요.
하지만, 의수가 건반을 두드릴 때
익숙한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그것은 타자의 현재가 나의 과거이기 때문이겠죠.
지금 당신의 연주는 내 미래를 바꾸는 순간이에요.
타인이 부른 노래는 나의 반주가 되므로
어느 날 아침 나는 당신의 노래를 되뇌며
내 두 팔로 나를 안아주고 있을 것만 같아요.
새로운 걸음을 요구하는 당신의 조바꿈에 따를게요.
자신과 미래를 단절하려던 나에게
과거와 미래 사이에 그려 넣는 현재에 대해 말해줄게요.
그랬군요, 당신은 내 실종된 보폭을 연주하고 있었군요.
맞아요, 내 걸음은 타자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제, 두 팔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해하지 않을게요.
내 몸을 내 두 팔로 감싸 안으면
조바꿈이 시작된다는 것 알게 되었으니까요.
첫걸음을 낳는 이 흉통을 따라가 볼게요.
―계간 《시산맥》 2016년 겨울호
1961년 전북 무주 출생
2003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2014년 시산맥작품상, 2011년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