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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의 구멍 / 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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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8회 작성일 21-02-20 16:33

본문

볕의 구멍

   김점용​

전철 지붕과 공동묘지 지붕이 나란한 곳에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였으나 갈 곳이 없던 저는

공동묘지로 올라가 무덤 옆에 누웠습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문득 내 옆자리에 누운 풀을 보니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누웠다 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도 외롭고 무덤도 외롭고

무덤에 내린 햇볕도 외롭고

문인석도 상석도 외로워 얼어 있었습니다

햇볕과 무덤이 서로를 껴안고 잠들었겠지요

햇볕이 구멍을 열고 무덤을 꺼내 안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갈 곳이 없습니다

저 멀리 날아가는 검은 비닐봉지 안에 내 살림이 담겼습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012월호



 

 

1965년 경남 통영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 졸업
1997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오늘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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