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라는 우체통 속으로 / 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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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5회 작성일 21-02-24 09:30본문
눈물이라는 우체통 속으로
정윤천
시를 읽다가 자주 눈물을 흘린다는 이가 다녀갔다
고등어를 흔히 만져서 그러는 거라 했더니 거기서는 냉큼 웃는다
웃음 짓는 모습이 비리다
등 푸른 생선이라는 말이 이제 와선 슬펐다
하루도 빼지 않고 편지를 쓰고 싶었던
등 푸른 시절이 내게도 다녀갔다
그러던 마을의 초입에 미루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었다
등대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오래되었거나
느리고 변함없는 것들의 호칭이 좋아진다
할 말들이 줄어든 날에는 『먼 북소리』* 같은 제목의
책 한 권을 꺼내와 귀에 대어 보았다
등대들도 그러는지 해 질 녘엔 눈시울이 젖어 있던 날이 있었다
밤늦도록 시를 헤아리다가 나온 밤이면
미루나무 꼭대기도 등대처럼 서 있다가
별이 되어 돌아간 식구들의 이름들을 반짝거려 주었다
방금 쓴 편지 한 통을
누군가의 비린 눈물 속으로 부쳐주고 오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제목
―반년간 《상상인》 2021년 1월, 창간호
1960년 전남 화순 출생
1990년 무등일보 신춘 문예 당선
1991년 계간《실천문학 》등단
시집으로『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구석』
시화집『십만 년의 사랑』등
2018 지리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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