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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이 돌아간다 2 / 임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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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9회 작성일 21-03-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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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이 돌아간다 2


 임경섭

 

 

 

    단지 옆 수변 공원으론 새 한 마리 울고 있지 않은
    어둑한 겨울이었습니다

 

    공원을 따라 반듯하게 포장된 자전거도로 옆으로
    아파트 단지의 창들은 빠짐없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장갑도 끼지 않은 형은 움켜쥔 주먹들을
    연신 퍼런 입술로 번갈아가며 불어대면서도
    페달 밟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새로 산 기념으로 머리를 새로 한 형은
    미용실에서 나와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있었습니다

 

    형이 힘주어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배경은 빠르게 형을 지나쳐 갔습니다

 

    가도 가도 형과 형의 자전거를 둘러싼 배경은
    반듯한 아파트 불빛이었습니다

 

    반복되는 배경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자신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건 아닐까
    형은 생각하며 페달질을 잠시 멈추어 보았지만
    자전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형은 멈추었지만
    배경은 형과 형의 새로 산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형이 동네에서 배달 노동을 하겠다며
    자전거를 사온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 《문장웹진202103월호



11.jpg


1980년 강원대 원주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년 <중앙신문학상당선

시집 죄책감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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