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와서야 보네 / 강현덕 > 오늘의 시

바다에 와서야 보네

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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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반대쪽으로 화살표 찍는 물새를

교란을 노리며 위장한 발자국을

모래에 스며들면서 저를 감추는 술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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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모르게 뒤를 지우는 날개를

훌쩍 날아가도 흔적 하나 없음을

몇 번의 휘저음으로 저를 털어낸 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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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길 모퉁이마다 찍힌 바퀴 자국을

질척대며 살아온 옹색한 내 발자국을

천 개의 내 얼룩들을 바다에 와서야 보네

― 월간 《시인동네》 2019년 11월호

1994년 《중앙일보》 지상시조 백일장 연말장원,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으로 『한림정역에서 잠이 들다』 『안개는 그 상점에서 흘러나왔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