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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 강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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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0회 작성일 21-03-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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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강해림



좌익도 우익도 아닌 것이 돌처럼 서서히 굳어간다 침묵이 더 큰 침묵으로 덮어버리고 견딘다 이 숨쉬기조차 끊어버린,

 

내 안의 무수한 내가 반죽되고 결합작용을 하느라 벌이는 사투를, 불화의 힘으로 고립된다 외롭지 않다

 

가슴에 철로 된 뼈를 박고 나는 꿈꾼다 불임의 땅을, 내 자궁 속 무덤에 태()를 묻은, 위대한 건설을

 

나라는 극단을 위해 극단을 버린 내 비겁함을, 국경 없는 국경을 넘어가는

 

조작된 유전자처럼 내 안에 들어오면 감쪽같이 은폐된다 암매장된다 폐륜의 저 뻔뻔한 얼굴도 살인의 추억도

 

불나방 같은 네온 불빛을 불러들이기 위해 밤 화장을 하고 더욱 요염해진다 도시는, 회색분자들이 장악한

 

사막에 홀로 피는 꽃처럼 오래 견딘 만큼 강렬해진 갈증과 독기로 제 육체에 새기는 균열의 문장을

 

내 데스마스크의 창백한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잿빛 글씨들

 

 

강해림 시집 슬픈 연대(시작, 2021) 



 

1954년 대구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과 수료
1991년 《민족과문학》과 《현대시》로 등단
시집 『구름사원』 『환한 폐가』『그냥 한번 불러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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