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시선이다 / 이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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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6회 작성일 21-05-01 19:39본문
문은 시선이다
이위발
그는 기차를 타고 있다. 문 너머 퍼즐 조각 같은 자잘한 논과 밭이 보인다. 식칼 같은 햇볕이 문틈으로 깊숙이 찔러 들어온다. 햇볕이 땅을 밟고 있는 시선과 마주친다. 그는 문의 시선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서로 다른 문이 마주 보고 있는 길이 보인다. 문이 닫히면 문 뒤로 손 흔드는 사람 보이고, 열리면 보이질 않는다. 문이 열리자 회색빛이 너울대는 문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 웃음을 참는 사람이 허그를 하고 있다. 문이 등을 보일 때는 우는 사람 내보내고, 가슴을 내밀 때 웃는 사람 내보낸다. 그는 문 등에 올라탄 것도 아닌데, 흙을 밟은 것도 아닌데, 그는 한번 열리면 영원히 닫히지 않는 문 앞에 서 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처럼.
― 이위발 시집 『지난밤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시인동네, 2021)
1959년 경북 영양출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199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지난밤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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