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엘리펀트 / 유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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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9회 작성일 21-05-03 19:46본문
화이트 엘리펀트
유용주
저는
소식을 하고 있습니다
소처럼 먹죠
공기와 이슬만 먹습니다
공기 밥을 다섯 그릇 이상, 참이슬을 후식으로 애용하죠
존재 자체가 무거워요 몸무게가 많이 나가요
원래부터 몸이 차가워요 영혼이 춥다는 얘기죠
숨 쉬는 것도 거짓이지요
그릇 중에는 사기가 으뜸이에요
저는
멧돼지가 하나도 안 무서워요
가까운 친척인 걸요
수많은 문중들을 병 걸렸다고 산 채로 묻기도 해요
피의 온도로, 냉, 난방을 돌리는 사람이 있죠
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서 슬픈 짐승*이랍니다
디저트로 녹조 라떼를 즐기죠
사람들이 찾지 않아 텅 빈 수변공원은 어떻게 할까요
새들도 떠나간 자전거 도로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 거예요
로봇 물고기는 언제 헤엄치죠
오염되어 죽은 물고기는 거름으로도 못 쓰죠
썩어 냄새나는 물은 활성탄을 많이 넣어요
강이 죽어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곡선보다 직선이 더 좋죠
열림보다 막힘이 더 낫죠
흙보다 시멘트를 거듭 사용하죠
감옥에서도
혼자 타죠
혼자 다 마셔요
혼자 다 처먹어요
늙으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거에요
제 고민은
세상의 굶주림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단식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 친일을 한 시인의 시를 인용함.
―계간 《시와 반시》 2021년 봄호
1991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은근살짝』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잔 합시다』 『아름다운 얼굴들』
장편소설 『마린을 찾아서』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등
1997년 제15회 신동엽 창작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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