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54쪽의 밤 / 추프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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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2회 작성일 21-05-05 17:41본문
성서 54쪽의 밤
추프랑카
옥동분식점 옆, 어느 수녀님에게 받은 성경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잠은, 수녀의 천국보다 낯설었고
없는 벽은 있는 벽 있는 벽은 없는 벽인 채로 떠다녔다
진화와 퇴행의 발톱은
신이라는 벽의 연속으로 떠다녔다
오른쪽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신과 신, 신들과 다시 신이 나뉘는 잠 속에서, 고개를 들고 보랏빛으로
나의 커플링은 아름답게 굴러갔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곧
왼쪽 손바닥이 간지럽고 행운이 깃을 친다네 아침에 일어나 오른발을 먼저 디디면*
깊은 포옹의 세계가 다시 부푼다네
잠 속에서 꿈을 접었다 두 번 펴면
털이 빠진 해를 굴리며 너의 비바람은 책장을 넘기고
성서 54쪽에 말라붙은 김칫국물을 닦아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찢으며, 커플링은 54쪽을 지나 꿈속의 높은 곳으로 계속 굴러갔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포옹의 책’을 변용함.
-2017 신춘문예 당선시집
경북 달성 출생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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