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윤(浸潤)되다 / 오영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7회 작성일 21-05-25 20:41본문
침윤(浸潤)되다
오영록
장맛날 흠씬 비를 맞으며 들깨 모종을 내어 본 사람은 안다
사람이 정말 흙이라는 것을
온종일 비를 맞다 보면 얼마나 흐물흐물해지는지를
처음 한두 방울 맞을 때는 마른 땅에 흙먼지 일 듯
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오싹 오글거렸다
그것이 싫어 우의를 입고하다 보면 어느새
바짓가랑이부터 흙에 물 스미듯 온몸이 흠씬 젖는다
한두 번 비를 맞으며 일을 해본 사람은 안다
우의를 벗고 비를 맞으며 일하는 것이 능률적이라는 것을
흙에 발목이 빠지기도 하고
또 엉금엉금 기기도하다 보면 정말 이질감 없이 흙과 잘 뒤섞임을 안다
흙질을 해본 사람은 안다
질이 얼마나 섞였는가에 따라 벽에 바르기도 쉽고
발라놓으면 단단하고 또 면이며 색이 고운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반죽이라는 사실까지
무작정 비를 맞으며 반죽이 되다 보면
얼마나 질이 많이 섞인 나인지
또 얼마나 더 반죽이 되어야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막걸리를 들이부어도 아직 푸석푸석한 것을 보니
질이 부족한가 보다.
―계간《시선》2021년 봄호
강원도 횡성 출생
제17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 운문부문 장원
2010년《다시올문학 》신인상 수상
2018년《머니투데이 》신춘문예(시부문) 당선
시집『묵시적 계약』『키스』등
청계청문학상, 숭례문백일장, 청향문학상 수상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