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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가는 봄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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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3회 작성일 21-06-04 20:25

본문

집에서, 나가는 봄

 

   김신영

 


두 어깨 가득 방 세 칸을 지고

기울어진 어깨에 세 칸짜리 인생이

덜컹 올라앉아 있다

 

침대에 앉아서 노트북을 펼치면

오늘이라는 하루가 달려와 문장으로 조르는

온통 내게로 쏟아지는 오늘이라는 집

 

집에서 천천히 생각해본다

무엇을 위해서 하늘을 부드럽게 걸었던가

누구를 위해 가만히 속삭이며 노래했던가

 

어떤 오곡밥을 먹었던가

어느 골목을 지나 그의 집에 이르렀던가

생각해보면 모두 집에서 나온 것들이다

 

인생이란

집에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 접어들면

벌써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다

 

집에 앉아보니 집만한 인생이 어디 있던가

모든 것을 품고도 넉넉한 세 칸

 

나와 당신을 모두 품고도 넓은

오늘이라는 집에서 오늘 만유의 꽃차를 마신다

밖으로 나가는 봄빛이 집이다


- 김신영 시집  『마술 상점』 (시인수첩, 2021)



 

김신영 시인.jpg

 

충북 충주 출생

1994년 동서문학등단

시집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불혹의 묵시록 『마술 상점

평론집 현대시그 오래된 미래』등

대학교재 공저 대학국어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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