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 / 나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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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3회 작성일 21-06-06 21:38본문
후생(後生)
나호열
저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얼굴도 없이 뼈도 없이 맹물에도 풀리면서 더러운 것이나 훔치는 생을 살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늘만 바라보면서 고고했던 의지를 꺾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무엇이든 맞서 싸우되 한 뼘 땅에 만족했던 우직함이 나를 쓰러뜨렸다
나무는 벌거벗어도 실체가 없음의 다른 말이다 벌거벗어도 보일 것이 없으니 부끄럽지 않다 당신이 나를 가슴에 품지 않고 쓰레기통에 처넣는다 해도 잠시라도 나를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나는 휴지가 되기로 한다 나는 당당한 나무의 후생이다
―계간 《문학과사람》 2020년 가을호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6년 《월간문학》신인상 수상
1991년 《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
2004년 녹색 시인상 수상
미래시, 울림시, 강남시, 시우주문학회 동인으로 활동
저서로 『담쟁이 넝쿨은 무엇을 향하는가』
『집에 관한 명상 또는 길찾기』,『망각은 하얗다』
『아무도 부르지않는 노래』,『칼과 집』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낙타에 관한 질문』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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