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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반격 / 정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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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4회 작성일 21-07-01 22:07

본문

얼굴의 반격

 

  정익진

 

  

얼굴 하나가 꿈속에 잠겨 있는

그 시각, 다른 얼굴 몇몇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깨어난다.

그들 얼굴이 여름의

빨랫줄에서 말라가는 동안

다른 얼굴은 바다 깊은 곳에서

생각에 잠긴다.

우리들 얼굴 속의 또 다른 얼굴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햇볕 때문에 더욱 침울했던 얼굴들,

얼굴은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얼굴에서 총알이 발사된다.

얼굴에서 수류탄이 날아온다.

얼굴 속에 가득한 무관심이

다른 얼굴들에 칼자국을 낸다.

길바닥에 떨어진 탄피와

유리 파편, 그리고 살과 뼈들

바람이 불고 마른 얼굴 껍데기가 굴러간다.

바닷물이 빠지고 퉁퉁 불은

얼굴들이 눈을 뜬다. 

 

정익진 시집 스캣(문예중앙, 2014)




jungikjin_150.jpg

 

부산 출생

1997년 계간시와 사상등단

시집으로 구멍의 크기』『윗몸일으키기』『스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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