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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의 나무 / 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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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1-07-04 21:34

본문

칼레의 나무

 

  김진돈

 

 

해변 바깥이 아니라 해변 안쪽의

두려움만 남은 나무

언덕으로 공포가 건너오기 시작했다

나무는 나를 한참 응시했다


생각이 녹아나는 건

나무 밖으로 나를 떠밀어내지

녹아내린 생각이 부식되지 않는 건

성벽 안의 나무만 응시했기 때문이다


바닷가로 밀려오는 공포의 선이

칼레의 사라진 신발이

칼레의 언덕을 열고

칼레의 마음 드러낸

백년 어둠인 공포가


칼레의 바닷가에 앉아

칼레의 영웅이 되어 연인이 되어

칼레의 나무*가 되고

칼레의 운명이 되어

자꾸 나를 내려다본다


왜 귀족들의 발걸음이 무거웠는지

내 두 신발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교수대의 날선 줄을 새겨본다

비 내리는 날엔 내 속에서도

붉은 땀이 났다

 

————

* 로댕의 대표작인 칼레의 시민을 칼레의 나무로 시화시킴.  

 

김진돈 시집 아홉 개의 계단(작가세계, 2016)



 

 kimjd.jpg

 

1960년 전북 순창 출생

2011년열린시학》및《시와 세계》등단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시집「그 섬을 만나다」「아홉 개의 계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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