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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 박승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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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6회 작성일 21-07-06 21:10

본문

사이

 

  박승류

 

 

무릎과 무릎 사이엔 옷이 있다

시선이 있고 머무름이 있다

부딪힘이 있고 망설임과 포기가 있다

더불어, 고집이 있다 오기를 넘어

아집이 있다

적이 있고 동료가 있고 막역지우도 있지만

형제자매가 있고 관계가 있고

무수한 호시탐탐이 도사리고 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엔 허공이 있다

초점 없는 생각이 있고, 또한 없다

회한이 있고 불만족이 있다

기대와 실망이, 신기루와 후유증이 있다

그녀와 그와 나 사이에 무언가 있듯

당신과 나 사이에

당신과 나는 없고 사이만이 있다

그녀 또는 그가 있지만

아쉬움이 있고 공허도 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엔 바닥이 있다

깍지 낀 손으로 끌어안았던 두 무릎 사이

파묻었다가 꺼낸 얼굴이 있다

없어졌다가 나타난 면목이 있다

안면과 안면 사이

핏대와 높은 음성과 민망함이 있다

노기의 얼굴을 상대하는

갈팡질팡하는 눈동자가, 있다

 

 - 박승류 시집『맷집』(움, 2013)에서



 

 

경북 안동 출생
  2007년《우리시》로 등단  

 시집으로 맷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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