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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 정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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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9회 작성일 21-08-08 17:04

본문

 

 정병근

 

문을 두드렸지만 그 사람 없고

먼지 낀 창 너머로 우물 같은 적막만 고여 있었네

땅보다 낮은 이발소 어두운 우물 속에

돛단배 몇 개 떠다니고 거기

푸쉬킨의 고단한 시도 걸려 있었네

무엇이 나를 속였던가

한 운명을 불러들인 죄로 마당의 나무들은

해보다 더 붉은 열매를 달고 있었네

날카로운 소리를 남기고 차들이 달려갔네

다시는 오지 마라 어둡고 추운 우물 속의 집

나는 흉흉한 소문이 되어 떠돌았네

 

정병근 시집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천년의시작, 2002)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88년《불교문학》등단
시집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번개를 치다』『태양의 족보』눈과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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