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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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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9회 작성일 21-08-16 20:36

본문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 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꺼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

 

110시인선 사몽의 숲으로(시산맥사, 2009)




이윤설시인.jpg


1969년 경기 이천 출생

명지대 철학과 및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희곡 당선

2005년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거창국제연극제 희곡 공모 대상

2006년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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