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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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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6회 작성일 15-12-16 10:57

본문

슨 일이 있었던 거지

 

  송 진

 

 

병뚜껑을 여니 수천 개의 혀가 머리카락처럼 엉켜있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잘린 혀들

풀을 밟을 때마다 잘린 혀들

집 안의 개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달콤한 말과 바삭거리는 스낵들

귀 안에 바람을 후- 불어넣어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지

로맨틱하게

커피를 들고 변기에 앉는 습관

혀가 잘릴지도 몰라

이미 천 개의 혀가 잘리고 천 개의 혀가 자랐지만

아직 아픔을 몰라

통증은 통증을 부르고

언제쯤 멈출지도 모르지만

곧 음악이 들려올 거야

첼로가 연주되고 비올라가 연주되겠지

관중들은 혀의 장례식을 위해

잠시 무릎을 꿇고 애도하겠지

집 안의 개도 우으으응 슬픔의 눈물을 흘리겠지

잠시 말이야

오늘은 차고를 열지 마

방금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었거든

개들이 이 끓듯이 집 안으로 들이닥칠 거야

혀들의 아픔은 보호받지 못하고

혀들이 허공에 뿌려지는 오후의 모호한 사이렌 소리

 

 

1962년 부산출생
1999년《다층》등단
시집『지옥에 다녀오다』『나만 몰랐나 봐』『시체 분류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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