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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행 비행기 / 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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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4회 작성일 21-08-28 18:09

본문

스위스행 비행기

 

  김점용

 

 

  아내가 울면서 말했다


  여보, 잘 들어. 악성이고말기래. 아스트로싸이토마(astrocytoma)* 머릿속에 퍼진 것도 2기쯤 된대. 김 교수 말로는 생존율 중앙치가 13.4개월인데 표준을 벗어나는 케이스도 많대. 수술하자. 안 하면 6개월… 실은 그것도 힘들대.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제발 수술하자 응? 내가 살릴게, 꼭 살릴 거야.


  미안해. 안 할 거야. 약속 지켜. 스위스행 비행기 티켓 끊어 줘. 내 통장에 돈 있어. 스위스 가고 싶어.


  나는 지금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

  안전벨트도 없고 기내식도 없고 스튜어디스도 없지만

  존엄사가 인정되는 삶과 죽음의 중립국

  스위스행 비행기 안에 있다

  높고 아득한 공중을 날고 있다

  아스트로싸이토마?

  내 머릿속에 박힌 무수한 죽음의 별들이

  날아가는 내 몸의 균형을 잡아 준다

  그래, 지금까지 너무 한쪽으로만

  비대칭으로 살기만 한 거야 영원히 살 것처럼

  익룡의 깃털이 비대칭이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지는 않았겠지

  가끔은 적에게 쫓겨 죽은 척도 하고

  잠시 잠깐 죽는 연습도 하며

  이 무거운 별에서 이륙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덜커덕 죽기도 했겠지

  한 마리의 익룡이 하늘을 날기까지 겪었던 무수한 실패와

  단 한 번의 성공을

  나는 지금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 보고 있는데

  모든 별들이 살아 있는 죽음을 나르는 칠성판

  영원히 사는 인생이 어딨어

  내 머릿속의 별들도 조용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혼자서 스스로의 장례를 치르며 두 팔을 활짝 벌리네


  * 별무리 모양의 성상세포종.



김점용 시집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걷는사람, 2020)

 


 

 

1965년 경남 통영 출생(뇌종양 투병중 2021년 별세)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 졸업
1997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오늘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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