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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몸내 / 김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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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3회 작성일 21-08-29 20:37

본문

람의 몸내

 

  김진완

 

불국사 옆 작은 숲 속

앞질러 달려간 딸아이가 양손을 펼쳤다

딱따구리가 쪼아낸 나무 부스러기들……

부슬부슬 날아 내렸다

 

나이테 한 겹을 한 겁으로 읽는다면

내 손등 위로도 얹히는 몇 겁 시간은

얼마나 가볍고 눈부신가

 

갸웃갸웃 내려다보는 새와

생글생글 올려다보는 아이

사이엔 현생의 엄마가 있다

 

엄마, 정말 예쁘지? 그치 엄마 그치?

한 겹쯤 이전 생에서 솜털 날개를 편 채

그치그치그치 노랑부리 말을 익혔을 아이가

엄마 엄마 부르자 두 엄마가 연신 고갤 끄덕인다

 

바람이 두 어미 이마에 손을 얹자

송진내가 물씬 풍겼다

몇 겁쯤 가볍게 지나온 모양이었다

 

 

김진완 시집 모른다(실천문학사, 2011)

 



 



경남 진주 출생
1993년《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동화 『아버지의 국밥』, 『마법우산과 소년』, 『첫사랑 나무』,
『난 외계인이야』, 『박치기 여왕 곱분이』
시집 『기찬 딸』『모른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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