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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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박 용
세상 것들이 다 바다로 간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물에 빠진 것들이 발로 걷지 못해 떠내려간다. 빈 배처럼 기우뚱거리며 간다. 마음이 사막 같은 날, 고삐를 놓친 울분이 감옥처럼 벽을 치는 날, 용서하자. 용서하자 씹어도 억장 무너지는 날, 소외감이 가슴을 타박하는 날 바다로 간다
목이 졸린 어제의 사랑이 육체를 건넌 불륜이 물욕과 치덕이든 영혼이 욕망에 부화 걸려 숨 고르기 힘들 때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가는 것들은 가슴에 바다를 퍼 담고 바다처럼 출렁거려 보고 싶어 가는 것이다. 찌꺼기를 흔들어 비우기 위해 가는 것이다
까맣거나 개펄 같은 가슴에 바다를 욱여넣으면 하얗게 빨려 파도가 되고 포말이 되는 바다. 바다는 폐눈물 모아 소금기를 만드는 곳인가? 실의와 절망으로 부유하는 것들을 기다려 크고 넓고 푸르고 씽씽한 희망을 주는 바다는 세상 끝을 지키는 마지막 정화조이다
―동인 시집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문학의전당, 2014)

2003년 《현대시문학》등단
소설『황홀한 고통』
시집『사랑한다는 말』 등
수채화 전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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