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궁을을(弓弓乙乙)로 날아가는 새들의 나라 / 김백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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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21-09-12 21:15본문
궁궁을을(弓弓乙乙)로 날아가는 새들의 나라
김백겸
용담유사(龍潭遺詞) 궁을가(弓乙歌)의 이상한 문장―‘궁궁을을(弓弓乙乙)’로 날아가는 새여
증산교 태을주(太乙呪)의 주문 속에 날아가는 새여
여동빈 태을금화종지(太乙金華宗旨)의 깊은 도와 함께 날아가는 새여
날개에 바람을 안고 자연의 비밀을 드러낸 상형문자의 형상으로 날아가는 새여
태을금화종지의 종지는 근본이 되는 깊은 뜻이니 서술어였고
금화는 황금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부사였고
태을이 주어였으나 클 태(太)는 수식어이니 결국 을(乙)이 근본이 되는 깊은 뜻―종지(宗旨)의 주어였지
제목을 번역하면 태을이 황금처럼 빛나는 도의 깊은 뜻
중문학 전공 전영란 교수가 백도백과(百度百科)에서 검색한 태을의 다른 뜻은 태일(太一)이자 태일(泰一)
태일(太一)이라면 왜 태갑(太甲)이 아닌 태을(太乙)로 표현했는가가 학인의 의문
이상한 글자 태을을 설명하기 위해 예언서들과 도가(道家)서들이 이상한 문장들을 동원하고 있었지
현도(玄道)의 비밀을 품고 있는 태을은 무엇인가
남사고비결(南師古秘訣) 아류의 예언서들을 뒤지고
태을주(太乙呪)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吽哆吽哆 太乙天上元君 吽哩哆㖿都來 吽哩喊哩娑婆訶)’ 주문을 백 번이나 읽어 보았지
한자어 태을천상원군과 도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산스크리트어 주문의 한자 음사(音寫)
티베트 대명주(大明呪) 옴마니 반메 훔(oṃ maṇi padme hūṃ)의 훔에서 겨우 연결 고리를 찾아
만트라(mantra) 해설들을 비밀첩보원처럼 뒤져 보니
옴(om)은 시바 신이 추는 우주의 춤―파 에너지의 진동이 암흑 어둠에서 일어나는 소리
훔(hūṃ)은 시바 신이 추는 우주의 춤―파 에너지의 진동이 암흑 어둠으로 스러지는 소리
자연의 현도란 우주가 파 에너지의 사인 곡선―태을의 형상인 태극(太極)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이었지
인간의 지성, 수학과 물리학은 우주를 양자역학의 파동과 에너지장으로 설명하고 있으니
세계는 파 에너지들이 우주 끝까지 궁궁을을로 섭동(攝動)하고 있는 새들의 나라였네
복잡계에 내재하는 카오스 운동―∞운동에도 파 에너지의 철새들이 궁궁을을로 순환하고 있었네
문고리를 잡은 학인의 생각이 수수께끼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도가 순백의 금강석으로 빛나고 있는 비밀 방
인간은 마음의 깊은 곳에 세계의 진리를 표상하고 그 속에 있고자 하는 의지의 생명력이 있으나
양자역학을 몰랐던 고대 현자들은 어떻게 우주 실상을 ‘일음일양위지도(一陰一陽謂之道)’로 직관할 수 있었을까
이 비밀 열쇠를 태을로 적어 놓으면 후세 학인이 어떻게 언어의 좁은 문을 지나 태허(太虛)에서 태양처럼 빛나는 현도를 찾아낸단 말인가
새여 날아오라
방황하는 환상의 새들이여 몰려들어라
하루 십만 개의 뇌세포가 죽어 가고 있는 늙은 학인의 시야에
진리의 새 떼들이 깍깍 혹은 끼룩끼룩, 옴마니 반메 훔의 울음처럼 날아가고 날아오는 장관을 보여 달라
늙은 학인에게 레스피기의 새 같은 웅장한 율려(律呂) 음악을 들려 달라
―김백겸 시집 『지질 시간』(파란, 2020)
1953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거울아, 거울아』『지질 시간』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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