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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가는 사람들 / 홍미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5회 작성일 21-09-12 21:21

본문

옆으로 가는 사람들

 

  홍미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수십 미터 암흑 속

바퀴가 길을 내고 있다

단단한 바닥을 부딪는 신음 소리

찢겨 나가는 바람의 외침

못 들은 척, 마주 앉은 얼굴들


마주 보고 앉기

지하철 좌석의 이 어색한 배치는

어쩌면 방관의 자세


어둠을 가르는 일은 바퀴의 몫으로 두고

그 고통이 남긴 궤적을 따라

사람들, 비켜 앉은 채 옆으로 간다


그들의 최선은

어둠과 정면으로 서지 않는 것

삶의 긴 터널을 지날 때처럼

그저 시간을 견디는 것

해서 함부로 고개 돌리지 않는다


가끔 한 줄기 비명 같은 섬광이 일고

구부러진 길에서 커다랗게 휘청거릴 때조차


마침내 따뜻한 어느 플랫폼에 닿을 때까지

그렇게 불안을 통과하고 있다 

 

홍미자 시집 혼잣말이 저 혼자(파란, 2021)


 



1960년 대전 출생 

2018내일을 여는 작가등단 

시집 혼잣말이 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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