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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의 중심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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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79회 작성일 21-09-16 21:56

본문

도형의 중심

 

  이혜미



불을 켜두고 집을 나선다


들어서면 표정을 감추는

오래된 친구들을 위해


어제는 옛날에 대해 이야기했어

우유 투입구로 불쑥 들어오던 손

싸구려 장난감이 든 캡슐

손끝을 떠나지 않던 새

두꺼운 만화 잡지와

알코올램프, 비커, 샬레

과학실의 아름다운 이름들

 

꺼지지 않는 벽난로와 단단한 비눗방울

불붙은 들판과 끝없이 이어지는 날개를


가졌으나 잃어버린 것

잊었으나 사라지지 않은 것

슬픔의 다른 이름들에 대해


집이 조용히 불타고 있다


고마워요 이 방 안에서

너무 오래 어두웠거든요


창문을 연 채 잠이 들었다

꿈속까지 부드러운 재들이 밀려들어왔다



이혜미 시집 빛의 자격을 얻어(문지, 2021)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으로『보라의 바깥』『뜻밖의 바닐라』
빛의 자격을 얻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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