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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의 시간 / 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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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1회 작성일 21-09-23 23:13

본문

목욕의 시간

 

  정 영

 

 

꿈과 현실이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지는 순간이라든가

너와 내가 질척하게 이어지다 끊어지다 이어지다

끊어지는 그런 날

 

몸을 닦는다

키스가 선연한 입술과 말을 기억하는 혀와

소리가 나지 않는 목울대와

동맥과 정맥을 타고 뼈를 더듬어

굳어가는 심장까지

 

안개가 벼랑을 만들며

날 그곳으로 밀고 또 밀어낼 때도

간절히 믿으면 모든 게 이뤄진다는 말

한 번도 믿은 적 없지

그러니 또 사랑한다 말했던 입을 닦고

그러니 또 영원할 거라 들었던 귀를 닦고

닦는다, 머리칼을 부여잡고

 

밤마다 식탁에 앉아 여린 짐승들을 발라 먹었지

두 눈을 파내고 허파를 찢고 그저 생의 지팡이일 뿐이던 뼈를 분지르며

익은 심장을 건드려보다 집어삼켰지

살아온 만큼 죄를 지었다

 

그러니 또 발등을 먹고 발등이 된 발등을 닦고

그땐 내게 없던 눈물을 닦고

목덜미를 가슴을 배를 다리를 닦는다

다시 태어날 것처럼

처음 태어난 것처럼

 

안개가 사라진 선명한 밤의 고속도로에 서서

 

추억과 현실이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지는 순간이라든가

너와 내가 질척하게 이어지다 끊어지다 이어지다

끊어지는 그런 날

 

정영 시집 화류(문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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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으로 평일의 고해』 『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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