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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 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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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4회 작성일 21-09-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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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김사이

  

소소한 바람은 무심하게 흘러가다

바람에 따라 폭풍으로 몰아치기도 하는데

가리봉동에서 여자씨의 죽음은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주먹다짐처럼 스쳐가고

원곡동에서 여자씨의 죽음은

이주민끼리의 치정이나 원한쯤으로 치부되고

텔레비전으로 인터넷으로 본다

음악을 들으며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며 본다

오늘의 날씨처럼 일상적인 바람이 분다

수백 수천의 월세를 내면서도 가지고 싶은

그 이름의 욕망

강남에서 바람이 불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바람에 불이 붙었다

스쳐가고 치부되던 여자씨들

강남에서 활활 타올라

조울증 걸린 세상으로 목소리를 낸다

유색과 백색의 거리이기도 하고

히잡 쓴 여자와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의 거리이기도 한

가리봉동과 강남의 거리는

내 밖과 내 안의 거리다



김사이 시집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창비, 2018)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호남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반성하다 그만 둔 날』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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