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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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0회 작성일 21-10-01 21:20본문
간통
문인수
이녘의 허리가 갈수록 부실했다. 소문의 꼬리가 길었다. 검은 윤기가 흘렀다. 그 여자는 삼단 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쪽지고 동백기름을 바르고 다녔다. 언제나 발끝쪽으로 눈 내리깔고 다녔다. 어느 날 또 이녁은 샐녘에사 들어왔다. 입은 채로 떨어지더니 코를 골았다. 소리 죽여 일어나 밖으로 나가봤다. 댓돌 위엔 검정 고무신이 아무렇게나 엎어졌고,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흥건히 쏟아져 있었다. 내친김에 허둥지둥 그 여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방올음산 꼭대기에 걸린 달도 허둥지둥 따라 왔다. 해묵은 싸릿대삽짝을 지긋이 밀었다. 두어 번 낮게 요령 소리가 났다. 뛰는 가슴 쓸어내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댓돌 위엔 반듯 누운 옥색 고무신. 고무신 속을 들여다 봤다. 아니나 다를까 달빛에, 달빛가루 같은 흰내의 모래가 오지게도 들었구나, 내 서방을 다 마셨구나. 남의 농사 망칠 년이! 방문 벌컥 열고 년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챘다. 동네방네 몰고 다녔다.
소문의 꼬리가 잡혔다. 한 줌 달빛이었다.
―문인수 시집 『홰치는 산』(천년의 시작. 2004)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뿔』 『홰치는 산』 『쉬!』 『배꼽』 『적막소리』 등 다수
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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