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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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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9회 작성일 21-10-01 21:35

본문

금요일 밤

 

  송종규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은 수요일

그동안 빵을 굽고 회화공부를 하고 벤치에 앉아

밤 열시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단단한 호수의 표면에 어김없이 빛들이 내려와 앉는 열시는

금요일, 토요일, 목요일 밤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은 화요일, 하루 종일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활짝 핀 벚꽃 위에서 날짜들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일요일은 오지 않네 일요일이 오지 않으니

월요일이 올 리가 없네

그동안 코트를 반품하고 요리학원에 등록해야 하는데

요리학원에 다녀오지 않았으니 빵을 구울 수가 없다네

뭔가 폭풍처럼 잠시 지나간 거 같았는데, 횃불처럼

뜨거운 것이 발등을 스쳐간 거 같았는데, 사실은

깜빡 꿈을 꾼 거 같기도 한데

커튼이 다 닳도록 긴 세월이 흘렀다네

당신의 비행궤도가 어긋날 리 없는데

날짜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지금 금요일 밤

 

웹진 시인광장20214



 

sjg.jpg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 《심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 고요한 입술』『녹슨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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