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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가 있다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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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1회 작성일 21-10-04 20:51

본문

돌아보면 그가 있다

 

  이원규

 

돌아보면 그가 있다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우는 사내

바닷물 다 마셔봐야 짠맛을 알겠냐는 듯

씨익 웃는 그가 있다

 

늘 앞서던 황인종의 눈빛 속에

20세기의 꿈은 저물어가지만

불경 속으로 들어가는 마르크스

불경 속에서 걸어나오는 마르크스

돌아보면 언제나 그가 있다

 

흐린 날의 헌책방

그의 유서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그는 나의 렌즈이자 암실

빛의 날들이 뚜렷이 인화되지만

일요일에 태어나 일요일에 죽은

그와의 완충지대엔 낙엽 지느라 시끄럽다

 

추모한다는 것

무정란을 품고 산다는 것

돌아보면 꽃의 이마가 따스하다

그의 그림자 한없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이원규 시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창비, 1997)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강물도 목이 마르다』 『옛 애인의 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빨치산 편지

산문집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지리산 편지』 

신동엽창작상과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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