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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의 세계 / 황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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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8회 작성일 21-10-0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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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의 세계

  

  황성희



구멍난 양말을 꿰매며, 구멍에게 진다

엎질러진 물을 닦으며, 엎질러진에게 진다


피 묻은 팬티를 빨며, 팬티에게 진다

텅 빈 밥솥에 쌀을 안치며, 텅 빈에게 진다


개수대 가득 설거지를 쌓아올린다

욕실에 곰팡이 번지도록 그냥 둔다


고무장갑 끼지 않고 이겨보려고

유한락스 넣지 않고 이겨보려고

텔레비전은 그러다가 켠다


엄지를 가만 누르는 전원의 둥근 설득

아홉시 뉴스가 전하는 사실들의 승전보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


눈물을 닦지 않고 이겨보려다

그만 훌쩍

콧물을 들이마신다


콧물에게 진다 


황성희 시집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문학동네, 2021) 

 


 

200811220058.jpg


 

1972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엘리스네 집』『4를 지키려는 노력 』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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