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하고 아름다운 / 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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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21-10-06 20:47본문
울창하고 아름다운
리 산
모퉁이를 돌면 말해다오 은밀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가령 저 먼 곳에서 하얗게 감자꽃 피우는 바람이 왔을 때 바람이 데려온 구름의 생애가 너무 무거워 빗방울 후드득후드득 이마에 떨어질 때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생이 있다고
처마 끝에 서면 겨울이 몰고 온 북국의 생애가 풍경처럼 흔들리고 푸르게 번지는 풍경 소리 찬바람과 통증의 절기를 지나면 따뜻한 국물 펄펄 끓어오르는 저녁이 있어 저녁의 이마를 짚으며 가늠해보는 무정한 생의 비밀들
석탄 몇 조각 당근 하나 노란 스카프 밀짚모자 아직 다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은밀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있어 다 알려지지 않은 무엇이 여기 있다고
―리산 시집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 (창비, 2017)
1966년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졸업
2006년 《시안》 신인상 당선
<센티멘털 노동자동맹> 동인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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