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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 / 김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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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3회 작성일 21-10-11 21:25

본문

인기척

 

  김예강

 

 

인기척은 골목에서 녹으면서 쌓인다

거리를 걸으면 집들이 어루만지는 것일 수 있다

내려오며 허공을 다 어루만진 눈처럼

기념사진 속으로 사라지는 벽화

살림살이가 아무렇지 않게 새어 나왔다

희망이거나

슬픔이 현재를 방치하듯

가난한 골목을 걸었다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현 위치에서 출발했다 마을 안내지도는

1코스 2코스 3코스가

다시 만난다고 한다

빈집을 어루만지는 과거를 나와

미래의 빈집을 걸었다

잠잠한 집들이

문 닫힌 냉장고 같아서 열어보고 싶었다

런닝구만 걸친 사내가

인기척에 젖어 의자에 앉는다

냉장고 안의 음식처럼

이 골목은 체온이 낮다

 

김예강 시집, 오늘의 마음(시인동네. 2019)



 

1961년 경남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 졸업
200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고양이의 잠』
 오늘의 마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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