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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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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7회 작성일 21-10-19 20:09

본문

아들에게

 

  허형만

  

아들아 이 애비에게

시간의 의미를 묻지 마라

지금 너희 나이 때 애비가

어느 간이역 담장에 기대어 피어 있는

장미꽃을 만났는지

어느 강가에서

강물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단다

 

아들아 이 애비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묻지 마라

지금 너희 나이 때 애비도

그 누구로부터

삶의 정의를 듣지 못했다

다만 홀로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렇게 할 수 있음에 감사했을 뿐이다

 

우리가 스치고 지나온 것들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들

예기치 않게 정수리에 꽂히는 비꽃 한 방울

 

한 겨울 숨을 고르며 흐르는 얼음장 밑 개울물 소리

지나오고 보니 그것이 시간이었다

지나오고 보니 그것이 삶이란 거였다

  

계간 문학과 창작2021년 가을호






1945년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 졸업
1973년《월간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청명』『영혼의 눈』『첫차』『눈먼 사랑』등 
편운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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