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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가을 / 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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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0회 작성일 21-10-21 21:31

본문

몰락하는 가을


  한석호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날들의 저녁 창을 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마음의 갈피마다 집을 짓고 있다.
하늘 가장자리서 뜯어온 들풀로 지붕을 엮고
그 들풀의 이슬들 꿰어
슬픔의 반대쪽 귀에 높이 걸어두는 것이다
태가 고운 바람이 불고
명상에 든 달맞이꽃의 그림자가
투명한 풍경소리에 제 어둠 묻는 시간이면
풀벌레 울음소리 더욱 환해진다
모두는 가을밤 가운데로 걸어 나와
고달팠던 걸음들 내려놓고 한없이 깊어 가는 것이다
그런 날은 책갈피 위에 불을 밝히고
찻물 끓는 소리가 툇마루 가득 흘러넘칠 때까지
어떤 흔적들 찾아 나선다
푸른 여우가 몰고 오는 달빛과
그 달빛에 부서지는 박쥐들 하얀 웃음소리 들려오는 곳으로
방직돌기를 굴려 나아간다
내 의식의 처마 끝을 잡고 있는 곳으로
거미줄 그렇게 던져 가는 것이다
별들이 지은 집 담장은 높지 않아서
오가고 싶은 것들은 모두 경계를 잊고 넘나들며
마음의 풍향계를 어루만지다 간다
그들은 소중했던 것들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번갈아 지우며 멀어져 간다
은빛구름, 소나기, 검은 우산
욕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풍경 속으로 묻히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들의 새벽 창을 열면
핵을 감춘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
티벳 사자의 서 같은 화두를 던지며
사랑해야 할 날들의 저녁으로 돌아가라고
눈 부릅뜨고 있다.

  


 

  

경남 산청 출생
2007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 수상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집『이슬의 지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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