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위질을 하는가 / 서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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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5회 작성일 21-10-25 20:23본문
누가 가위질을 하는가
서문기
동네 문구점 앞
어린애들이 색종이를 사서 꽃을 만들고 그 아래 잎을 만들고
줄기를 만들고 뿌리는 땅으로 묻었다
건축업자와는 정반대로 가는 아이들
그들이 커가고 있다는 것
우리는 늙어가고 묻힐 날이 가까워진다는 것
날개를 달고 싶다는 것
마지막으로 나비와 벌을 오려붙여 키득키득
눈빛은 사과무늬가 새겨지고
코밑은 파란수염이 자라고
가슴에는 붉은 유방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가까이 다가갔으나 그들은 멀어져 갔다
(잘못된 것이라 일러주기 전에 그들은 커버렸다)
낯선 땅이 되어가고
어느덧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서야
모든 그림은 가위질로 잘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언어가 변질되고
행동은 굼뜬 이방인이 되어 가고
머리카락은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 비듬을 만들어 내고
그 비듬은 새끼를 낳고 그 새끼는 또 그 뱀을
가위질하고,
그 가위질로 사슬극을 벌이고
―계간 《문학 秀》 2020년 11,12월
2015년 계간《미래시학》 시 등단
2018년 계간《좋은시조》 시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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